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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일기

[강남 논현동 칵테일] 독특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칵테일을 원할 때, 장생건강원

by chipmunkk 2022. 8. 24.

장생건강원-출입문-앞에-달려있는-지거
장생건강원 출입문 앞, 지거

 

내돈내산 칵테일바

장생건강원 @강남 논현동

 

나는 평소 알코올을 좋아하는가?

알코올을 즐기지 않는다. 3달에 1번도 입에 댈까 말까 할 정도다. 술에 약하기도 하고, 마셨을 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눈은 멍해지고, 심장이 얼굴에서 뛰는 듯한 느낌이랄까. 술은 그래서 적당히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적당히 마시고 서로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술을 마셨을 때를 빌미로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취중진담이나 취중고백 등 이러한 단어들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순도 100% 일지는 몰라도, 술을 마셨을 때는 하지 못할 말을 술을 마시고는 할 수 있다는 건, 스스로나 상대방에게 어떠한 명분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술 때문에 그랬어"라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100%라는 순도를 탁하게 만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전에 전남친이 술 마시고 전화를 할 때면 "술 깨고 전화해", "술 마시고는 연락하지 마"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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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건강원 내부 바 테이블과 외부 모습

 

장생건강원을 찾게 된 계기는?

넷플릭스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장생건강원이 출연한 편은 <미드나잇 아시아 - 한국편.> 세상 곳곳의 먹거리와 길거리, 즐길거리를 즐겨 보는데, 한국편이 있어서 어떤 곳이 소개될지 궁금했다.
<미드나잇 아시아 - 한국편>을 보면, 우리나라의 역사 깊은 음식점과 독특한 히든 플레이스가 있다. 나에게 히든 플레이스는 정말 장생건강원이었다. 사실 넷플릭스에서 처음 접했을 때 깜짝 놀랐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정말 가까웠기 때문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경험한 셈이었다. 영동시장이라는 강남 논현동 시장 골목 안에 있는 곳이었는데, 그동안 수차례 지나왔는데도 한 번도 눈여겨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태국 음식점 반피차이의 바로 옆에 자리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같은 건물이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게 이런 히든 플레이스를 알려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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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건강원의 칵테일 메뉴

 

장생건강원을 추천하는 이유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맛있는 칵테일을 음미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서양인들보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다고 한다. 이는 내가 10여 년간 직접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소주나 맥주, 양주 대신에 알코올 도수가 낮고 맛있는 술을 마신다.
칵테일도 종류가 다양하다. 도수가 센 것부터 약한 것까지. 장생건강원에도 논알코올 칵테일이 있다. 술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취하고 싶지는 않은, 혹은 건강 때문에 금주령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하고 배려가 넘치는 메뉴가 있어서, 나처럼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술을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도수가 높아도 칵테일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마시는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적당히, 편안하게 술을 즐길 수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편안하고 맛있는 칵테일 경험이었다.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칵테일이 있다.

나의 최애 칵테일은 진토닉과 피나콜라다이다. 진토닉은 깔끔한 맛, 피나콜라다는 파인애플의 상큼하고 달달한 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생건강원에서는 여러 흔한 칵테일 집에서 마셨던 칵테일을 기대하면 안 된다. 장생건강원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재료들로 색다른 칵테일을 내놓기 때문이다. 한약방 컨셉과 함께 힙한 음료들이 어우러져 있다. 메뉴는 <논알콜 칵테일>, <조선 셀렉션>, <바텐더 스페셜 처방전 칵테일>, <매달 변경되는 시장상인 분들과 함께 하는 협업 칵테일>, <장생건강원 시그니처 칵테일>, <장생건강원 클래식 칵테일>이 있다. 여러 칵테일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매달 변경되는 시장상인 분들과 함께 하는 협업 칵테일>, <장생건강원 시그니처 칵테일>이 눈길을 끌었다. 칵테일 이름이 <똠얌>, <삼계탕>, <떡볶이>, <인삼 엘릭서>, <도라지 크림>, <깻잎>, <두부 된장찌개>, <쌍화>, <청양고추 마가리타>, <들기름> 등에서 봐도 알 수 있듯이, 독특하고 참신했기 때문이다. 어떤 맛인지 먹어봐야 아는 칵테일 이름이었다.

 

조용한 시장 골목에서 질 좋은 칵테일을 경험할 수 있다.

강남 논현동의 영동시장은 퇴근 후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 저녁 시간에 아주 붐빈다. 장생건강원은 영동시장에 있지만 시끌시끌한 메인 길보다는 조금 더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몇 차례 지나다녔던 나도 넷플릭스를 통해서 장생건강원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히든 플레이스'로서의 역할을 똑똑히 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만 오는 곳, 단골 고객이 찾는 곳이었다. 최근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여자 손님 1명이서 장생건강원을 찾는 것을 보았다. 그만큼 혼자 와도 편안하게 칵테일 한 잔을 해도 좋은 곳이 아닐까.
시간만 잘 맞춘다면 웨이팅이 없거나, 아니면 적당하게 기다린 후 좌석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너무 많이 기다리는 것은 방문하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곤 하는데, 장생건강원은 그런 것이 없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칵테일 집이다. 나만 알고 싶은 집, 좋은 사람을 데리고 색다른 칵테일 추억을 만들고 싶은 집이다. 싫어하거나, 견제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알려주고 싶지 않은 곳이다.

 

배려와 함께 친절한 직원들이 있다.

장생건강원에는 독특하고 맛있는 칵테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부가 어둡기 때문에 메뉴에 조그마한 독서등이 달려있다. 물도 그냥 생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헛개수를 주신다. 칵테일을 주문하면 과자 안주가 나온다. 고구마칩과 감자칩 같았는데 둘 다 맛있어서 수다 떨면서 저절로 손이 간다. 과자가 다 떨어져 갈 때쯤 직원이 와서 과자를 더 주신다.
이 모든 대접은 친절하고 사려 깊은 스탭분들이 고객을 대해 주시는 일련의 결과들이라고 생각한다. 헛개수를 주시면서도 건강 혹은 취향에 괜찮은지 물어보신다. 바텐더들끼리도 편안하고 즐거워하는 모습, 음료를 만들면서 활기찬 모습을 보고 솔직히 나도 그곳에 함께 조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최근 장생건강원 인스타그램에 모집공고가 떴다. 그러나 근무시간이 밤늦은 때라 지원하지 못해 아직도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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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크림>

 

장생건강원에서 선택한 음료는?

이곳은 나의 또 간 집이다. 술이 약한 내가 장생건강원을 또 찾다니. 첫 번째 방문 때는 <도라지 크림>, <들기름>을 마셨고, 두 번째에는 <똠얌>이었다. 세 음료 모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메뉴다.

<도라지 크림>은 복숭아빛 음료 위에 폭신한 거품이 올려져 나온다. 방울토마토는 음료를 다 마신 뒤에 먹으라고 안내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뿌리채소인 도라지의 독특한 향기가 칵테일에서 난다는 것이 정말 이색적이었다. 길고 가느다란 잔의 목 때문에 한층 더 섬세한 분위기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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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기름>

 

<들기름>은 처음 받자마자 정말 들기름인 줄 알았다. 들기름보다는 옅지만 그래도 기름 색깔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비주얼과 향이어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들기름이 실제 재료로서 첨가되기도 했고, 때문에 들기름 향이 났지만 거부감이 생기는 맛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게, 먹어봤다고 추천해줄 수 있는 음료였다.

 

도라지-크림-칵테일과-똠얌-칵테일
<도라지 크림> / <똠얌>

 

<똠얌>은 <시장상인 협업 칵테일(Market Collaboration)>의 메뉴다. 이 또한 장생건강원에서만 맛볼 수 있기 때문에 꼭 먹어봐야 한다. 나는 평소 태국 음식, 특히 똠얌꿍을 좋아한다. 그런데 칵테일로 표현을 한다는 것, 그리고 시장상인과 협업하여 멋진 시그니처 칵테일을 선보이는 사실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 칵테일에는 매워 보이는 고추가 올려졌다. 그리고 그 고추처럼, kick이 있다. 알싸한 매콤한 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기분 좋은, 톡 쏘는 매콤함이다. 향신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시는 한 입마다 잔잔한 미소를 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칵테일의 전혀 다른 차원문이 된 음료이다.

++ 안주 메뉴로 <트러플 프렌치프라이와 칩스>도 주문했다. 그저 그런 트러플 향이었지만 칵테일과 내부 분위기가 좋아서 계속 손이 갔다.

 

도라지-크림-칵테일과-트러플-프렌치-프라이와-칩스
<도라지 크림> / <트러플 프렌치 프라이와 칩스>

 

또 방문할 예정인지?

100%. 또 방문할 것이다. 장생건강원의 모든 메뉴를 섭렵하고 싶다. 아마도 그 정복 속도는 느릴 것이다. 그렇지만 꾸준히 방문해서 여기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메뉴들을 알아갈 예정이다.

 

뻔하고 흔한 칵테일에서 벗어나, 새롭고 독창적인 칵테일이 반기는 곳, 강남 논현동 칵테일 [장생건강원]

 

재방문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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