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갈치구이 맛집
남궁미락 @제주 서귀포
생선은 취향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기보다 생선을 좋아하는데, 또 안 먹는 사람들은 잘 안 먹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물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찜이든 국이든 회든 다 싫어했다.
그래도 부모님이 좋아해서 반찬으로 나오면 먹었어야 했다.
제주도에서 갈치구이를 먹었던 건 엄청 어렸을 때였다.
지금도 즐기는 건 아니어서 물고기 구이를 먹진 않는데 왠지 이번 제주도에서는 갈치구이를 꼭 먹고 오겠다고 결심했다.
어떤 맛인지 상상으로 떠올리는 게 아니라 진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긴 갈치를 통으로 구워서 직원분들이 직접 해체해주는 제주도 식당을 매체로 많이 봤다.
그런데 그런 곳은 웨이팅이 상당한 걸로 알고 있고, 남친과 나는 그렇게 배가 부르도록 갈치를 먹고 싶진 않았다.
아침 식사로 살짝 든든할 정도로만 간단하게 먹고 싶었다.
그러던 중 찾은 곳이 바로 남궁미락이다.
맛집은 대개 남친이 찾아줘서 편하게 가는 편이다.
웨이팅이 없어 사람들이 없지만 맛있는 곳으로 잘 찾아준다.
사람이 안 올 것 같은 곳이어서 처음에는 마음속에서 의심이 피어올랐다.
'제대로 온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 들어갔을 때는 식당 가족분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그분들도 갈치구이를 드시고 계셔서, 음식에 대한 신뢰가 올라갔다.
그리고 향토 분위기가 났다.
육지 사람들이 찾는 '제주도의 어떤 감성'으로 꾸며진 곳은 아니다.
그런데 벽에 조개들로 '아침식사'라고 표시해놓은 게 '여기는 제주도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소소한 분위기에, 로컬 사람들만이 조금씩 찾는 곳인 것 같아서 갈치구이의 맛이 더 궁금해졌다.
우리는 생갈치구이 작은 사이즈와 보말 미역국을 시켰다.
보말은 예전에 제주도 우도에서 잘 먹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한 번 더 맛보려고 주문했다.
남궁미락은 반찬이 정말 잘 나온다.
멸치, 버섯, 나물, 고추무침, 병아리콩, 어묵, 김치, 마늘, 무로 10가지 반찬이었다.
거창한 반찬은 아니지만 식사 테이블 하나하나에 신경을 다 쓰시는 느낌이 들었다.
밥은 따뜻하게 한가득 담겨 나왔다.
갈치구이는 4조각이 나오는데 뽀얀 속살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친이 요리조리 갈치 살을 발라 내 밥에 먼저 올려줬다.
서투르지만 뼈를 바르는 모습이 귀여웠다.
남친은 모든 해물을 못 먹는데 비린내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궁미락의 갈치는 비린내가 안 나는지 2조각을 모두 먹었다.
나도 담백한 갈치 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데 정말 맛있었다.
가게 겉보기와는 다르게 갈치가 부드럽고 촉촉하게 잘 익어져서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노란 알집이 있었는데, 이번에 생선알 구이를 처음 먹어봤다.
생선알은 구워져서 색깔이 식욕을 자극하지는 않기 때문에 굳이 먹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맛있는 갈치구이 집이라서 알도 맛있을 것 같아서 한 입 도전했다.
담백하면서도 약간 짭조름한 맛이 있었다.
그리고 살에 비해서 그 양이 적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보말 미역국은 굉장했다.
미역이 정말 싱싱했다.
도시 마트에서 사는 미역과 다르게, 살아있는 맛이었다.
제주도에서 갓 수확한 미역으로 만든 미역국 느낌이랄까.
보말도 많이 있었는데, 아래에 가라앉은 보말들을 틈틈이 섞어서 미역과 같이 먹으면 된다.
나는 보말이 가라앉아있는 줄 모르고 미역을 먼저 다 먹어버려서 보말이 마지막에 많이 남았다.
남자친구는 미역국 역시 미역의 바다 맛 때문에 원래 못 먹는데, 국물이 맛있다고 계속 마셨다.
요약
웨이팅 없이 즐길 수 있는 찐 갈치구이 맛집 [남궁미락]
재방문의사 ★★★★★ > 제주도에서 갈치구이 먹고 싶을 때마다 간단하게 방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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