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돈내산 파스타 맛집
희게 @서대문구 연희동
친구가 파스타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장소를 보니 연희동이었고, 가게 이름은 희게(Hegge).
적이 서울에서 지냈는데 연희동은 정말 안 가본 것 같다.
버스를 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 곳인 줄 오늘에서야 알았다.
나름 편하게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희게를 찾기가 조금 어려웠다.
건물이 옛날 상가 구조였기 때문이다.
어느 계단이 희게의 입구인지 몰랐다.

13시에 도착해서 희게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아담했다.
동시에 누군가의 편안한 요리 공간에 초대된 듯 온화한 느낌이 풍겼다.
안쪽까지 가보지는 못했는데 희게 역시 오픈형 주방인 것 같았다.
음식은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제공되는 편이었다.
몇 분 뒤 테이블 안내를 받았다.
점심 햇살이 있는 창가 자리여서, 세로토닌 농도가 짙어지는 기분이었다.

화이트 라구 라자냐와 바질 파스타, 글라스 와인을 주문했다.
친구는 술 맛을 즐기는 성향인데, 왠지 마시고 싶어 할 것 같아서 한잔만 주문했다.
레드, 화이트, 4% 사과와인 중에서 사과와인으로 골랐다.
나는 잘 못 마시니까 맛만 살짝 보기로 했다.
31년 인생을 살면서 낮술은 처음이다.

본격적으로 맛 보기 전에 사과와인이 궁금했다.
와인잔을 드는데, 가득 느껴지는 사과 향이 달콤해서 식욕을 자극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도 음료수처럼 홀짝일 수 있을 만큼 알코올 향이 강하지 않았다.
거의 골드메달 애플주스를 마시는 것 같았다.
약 30분 뒤에 음식을 받았다.
그새 웨이팅 줄이 꽤 생겼다.
'여기가 그렇게 맛집인가?'하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이리 조그마한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건지 궁금했다.
이때까지도 몰랐다.
희게의 음식이 어떤 맛일지.

먼저 포크를 든 메뉴는 화이트 라구 라자냐.
희게의 화이트 라구 라자냐에는 루꼴라가 함께 올라가 있어서 채소의 상큼함까지 더해져 있다.
라구 소스는 소고기의 기분 좋은 향미가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라자냐와 라구 소스의 층이 딱 알맞은 비율로 쌓여 있었다.
라자냐를 좋아해서 남자친구가 직접 만들어주기도 한다.
정성뿐만 아니라 맛도 있다.
그래서 오늘 희게에서 주문할 때 '굳이 돈 주고 먹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같은 음식이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그 맛이 다르니, 모든 요리를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처럼 대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쳤다.

방울토마토와 보코치니 치즈가 올라간 바질 페스토 파스타다.
보통 바질 파스타에는 새우가 있는데, 희게에는 치즈여서 제법 새로웠다.
보코치니 치즈는 미니 모짜렐라라고도 부르는가 보다.
한입 크기지만, 모짜렐라 치즈의 담백하고도 간간한 맛과 싱싱한 바질의 허브향이 찰떡궁합이었다.
맛있는 것 + 맛있는 것 = 더 맛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바질과 파스타 모두 내가 좋아해서 바질 파스타는 절대 못 지나친다.
최근 먹었던 바질 파스타 중에서는 희게의 것이 바질향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바질을 금방 수확해서 만든 바질페스토 같았다.
파스타를 다 먹은 뒤 남겨진 바질 소스를 빵에 묻혀 먹고 싶을 정도였다.

사이드 메뉴를 따로 주문하지 않았지만 적당히 배부르게 잘 먹었다.
'맛이 있을까?' 하며 약간의 의심을 가지고 왔는데 제대로 정신교육 받고 가는 기분이었다.
간결하고도 충만했다.
재방문의사 ★★★★★
(다른 테이블에서는 샌드위치를 많이 주문했다. 다음에 샌드위치를 먹어보고 싶다.)
'맛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사동 가로수길 맛집] 오코노미야끼와 야끼소바 우와 (0) | 2022.08.31 |
---|---|
[신사동 가로수길 카페] 조용한 블랙 감성과 수제 디저트, 노이에아트멍 (0) | 2022.08.30 |
[해운대 맛집] 오픈런 필수인 생갈비 맛집, 해운대암소갈비집 (0) | 2022.08.28 |
[잠실 맛집] 생트러플이 가득한 생면파스타 맛집, 콘메 (0) | 2022.08.27 |
[신사 가로수길 맛집] 진한 육즙의 딤섬 맛집, 쮸즈 (0) | 2022.08.26 |
댓글